30분이었던 목욕이 어느새 1시간 반? “24시간 다이얼”로 밝혀내는 여름방학 “숨은 시간”의 정체

사이언스 트레이너 쿠와코 켄입니다. 매일이 실험입니다.

“목욕은 30분만 할 생각이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벌써 1시간 30분….” 이런 경험, 한 번쯤 있지 않으신가요? 사람은 실제 흐르는 시간과 자신이 느끼는 시간이 놀랄 만큼 다를 때가 있습니다. 여름방학이 다가오면서 들뜬 표정의 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저 역시 학창 시절의 여름방학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긴 방학은 생활 리듬이 쉽게 흐트러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모처럼의 소중한 시간을 더욱 알차게 보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올해는 조금 색다른 활동을 수업에 도입해 보았습니다.

계기가 된 것은 선배 선생님이 쓰신 블로그 글이었습니다. 그 글에서는 ’24시간 다이얼’이라는 원형 도표를 활용해 하루 일정을 설계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먼저 출퇴근·등하교 시간이나 수면처럼 바꿀 수 없는 시간을 채우고, 남은 시간을 어떻게 배분할지 시각적으로 계획하는 방식입니다. 일정이 어긋났을 때를 가정한 시뮬레이션까지 해보는 내용이었는데, “이거야말로 학생들의 여름방학 계획에 딱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4시간 다이얼’로 시간을 눈에 보이게 만들기

그래서 학생들에게 ’24시간 다이얼’을 나눠주고, 여름방학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직접 계획해 보도록 했습니다. 먼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작성하도록 안내했습니다.

・먼저 ‘움직일 수 없는 시간’부터 채운다. 예를 들어 수면 시간, 식사 시간, 동아리 활동 시간 등입니다.
・그다음 ‘줄일 수 없는 시간’으로 숙제 시간이나 가족과 보내는 시간 등을 확보한다.

학생들이 가장 놀란 것은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했던 ‘숨은 시간’의 존재였습니다. 선배 선생님의 블로그에 소개된 “목욕은 30분만 할 생각이었는데 스마트폰을 들고 들어가 정신을 차려 보니 1시간 반이 지나 있었다.”는 이야기는 어른뿐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그대로 해당되는 이야기였습니다. 매일 게임 반복 플레이에 30분, SNS 확인에 1시간… 이렇게 무심코 흘려보내는 시간도 다이얼에 적어 보면 한눈에 드러납니다.

숨은 시간은 왜 생길까?

사실 이런 ‘시간 감각의 착각’은 심리학과 뇌과학에서도 자주 연구되는 주제입니다. 스마트폰이나 게임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이 이어지는 활동에 몰입하면 뇌에서는 도파민이 계속 분비되고,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는 기능이 둔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드는 상태’입니다.

여기에 경제학자 파킨슨이 제시한 “일은 주어진 시간을 모두 채울 때까지 늘어난다”는 법칙(파킨슨의 법칙)도 잘 들어맞습니다. 숙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마감까지 시간이 많다고 느끼면 실제 필요한 시간보다 훨씬 오래 끌게 됩니다. ’24시간 다이얼’처럼 하루를 원형 그래프로 시각화하는 작업은 이러한 뇌의 습관을 역이용해 자신의 시간 사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훌륭한 훈련이 될 수 있습니다.

저도 직접 만들어 보니 집안일이나 여러 가지 할 일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가족을 도울 수 있는 시간도 충분히 있더군요. 아래는 제가 여름방학 하루를 계획해 본 예시입니다. 물론 교사는 방학이라고 완전히 쉬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보다 조금은 여유가 있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학생들이 얻은 깨달음과 도전

이번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다양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생각보다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정말 적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이렇게 길 줄은 몰랐어요.”

“계획을 세우니까 하고 싶은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어떤 학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날도 있겠지만, 그래도 한 번 해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바로 ‘어차피 안 될 거야’가 아니라 ‘이렇게 해보면 되지 않을까’라는 긍정적인 자세가 보였던 순간이었습니다.

이번 활동은 단순히 여름방학 일정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자신의 시간을 의식하고 자기 관리 능력을 키우는 첫걸음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방학이 끝난 뒤, 계획을 얼마나 실천했는지, 어떤 새로운 발견이 있었는지 함께 돌아볼 날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생각해 보면 원을 이용해 하루를 나눈다는 발상 자체는 아주 오래된 지혜입니다. 고대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하늘을 360도로 나누는 개념을 바탕으로 시간과 각도의 단위를 만들었고, 이러한 생각은 해시계에도 이어졌습니다. 태양의 움직임이라는 자연현상을 원이라는 도형으로 바꾸어 ‘눈에 보이게’ 만든 발상은 수천 년 동안 인류가 이어온 지혜였습니다. ’24시간 다이얼’ 역시 그런 전통 위에 있는, 시간을 시각화하는 하나의 도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학생들이 이번 여름방학을 계획적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다운 방식으로 알차게 보내길 바랍니다. 참고로 하루 생활 계획표는 치비무스 캘린더 사이트에서도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생활표(せいかつひょう)’라고 부르는 양식입니다.

마침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시기인 만큼, 이런 도구를 활용해 시간을 눈에 보이게 정리하고 자신의 페이스에 맞는 생활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저도 아이들에게 꼭 한 번 작성해 보라고 권해볼 생각입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포인트 카드나 스탬프 카드를 만들어 활용하는 것도 매우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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