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산에 구리와 아연을 넣어 보면… 전지 실험 전에 꼭 알아야 할 금속들의 ‘성격 테스트’
사이언스 트레이너 쿠와코 켄입니다. 매일매일이 실험이죠.
중학교 3학년 과학 시간, 많은 학생이 어려워하면서도 동시에 눈을 반짝이는 단원이 있습니다. 바로 ‘전지의 원리’입니다. 우리가 평소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나 리모컨. 이것들이 움직이는 건 전지 덕분이지만, 정작 “전기는 왜 생기는 걸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의외로 적을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그런 전지 실험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제가 꼭 진행하는 ‘작은 장치(예비 실험)’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무작정 전지를 만들기보다 그 한 걸음 앞에서 잠시 멈춰 서는 것이 과학적 사고를 기르는 지름길이거든요.
무작정 연결 금지! 우선 ‘단독’으로 대화하기
교과서에서는 처음부터 두 종류의 금속(예를 들어 아연판과 구리판)을 도선으로 연결해 염산에 넣는 과정이 자주 소개됩니다. 하지만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처음부터 완성된 형태를 보여주면 학생들은 “염산에 넣으니 거품이 나네”라는 사실만 확인하고 만족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저는 전지를 만들기 전에 “금속을 하나씩, 단독으로 염산에 넣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예비 실험을 반드시 거칩니다.
준비물은 아연판, 구리판, 그리고 탄소봉까지 세 명의 선수입니다.
각 금속의 ‘성격’을 파악하자
실제로 이것들을 하나씩 염산에 넣어보면 금속들의 개성(이온화 경향의 차이)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아래 영상을 확인해 보세요.
아연판의 경우 염산에 넣는 순간, 보글보글 소리를 내며 기운차게 거품이 올라옵니다. 이것은 아연이 염산에 녹으면서 수소 가스가 발생하고 있다는 증거죠. “우와, 녹는다!”라며 학생들의 반응도 아주 뜨겁습니다.

구리판의 경우 이걸 넣으면… 조용합니다. 겉보기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여요. 거품도 나지 않죠. 하지만 꺼내 보면 놀라운 변화가 있습니다. 세상에, 거무스름했던 표면이 싹 벗겨지고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게 아니겠어요! 이는 표면의 산화막(때 같은 것)이 산에 씻겨 나갔을 뿐, 구리 자체는 녹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탄소봉의 경우 마지막으로 탄소봉입니다. 이걸 넣으면… 무반응입니다.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이 ‘단독 반응’을 눈에 확실히 익혀두는 것이 나중에 큰 감동으로 이어지는 복선이 됩니다.
‘왜?’를 끌어내기 위한 씨앗 뿌리기
이 예비 실험을 거치고 나서 아연판과 구리판을 연결해 전지를 만들면, 학생들의 머릿속에는 커다란 물음표가 생깁니다.

“어라? 아까는 구리판에서 거품이 안 났는데, 연결하자마자 왜 구리판에서 거품이 나오지?!”
이 놀라움이야말로 전자의 이동이나 전류의 정체에 다가가기 위한 원동력이 됩니다. 혼자일 때는 일어나지 않던 현상이 연결됨으로써 일어난다. 이것이 바로 전지의 마법이죠.
왜 ‘탄소봉’도 함께 실험할까?
그런데 금속도 아닌 탄소봉을 왜 실험 멤버에 넣었을까요?
사실 이 실험 전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망간 건전지’를 분해해서 보여주면 그 이유를 금방 이해하게 됩니다. 망간 건전지 중심에 들어있는 검은 막대, 그것이 바로 탄소봉이기 때문입니다.
“진짜 건전지 속 재료로도 실험해 볼까?”
이 말 한마디면 비커 속의 사건이 우리가 평소 쓰는 가전제품의 내부와 연결됩니다. 교과서 속 세상과 현실 세계가 이어지는 순간이죠.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곧바로 전지를 만들기보다 소재 하나하나와 대화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아이들의 과학적 탐구심은 훨씬 깊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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