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세제만 발랐더니 창문 결로가 사라졌다고?! 물방울이 퍼지는 과학의 비밀
과학 트레이너 구와코 켄입니다. 매일매일이 실험!
아침에 커튼을 열었더니 창문이 흠뻑 젖어 있고, 어느새 창틀 아래가 거뭇거뭇해져 있었던 경험, 다들 있으시죠? 겨울철 결로는 그냥 두면 곰팡이의 원인이 됩니다. 그런데 주방에 있는 중성세제를 물에 타서 창문에 발라 주기만 해도 결로를 막을 수 있다고 하는데요. 정말일까요? 직접 실험으로 확인해 봤습니다.
겨울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결로. 이게 곰팡이로 이어져서 창문 아래가 새카매지거나 공기 중에 곰팡이 포자가 떠다니게 되면, 위생적으로도 영 찜찜하죠. 그런데 간단한 수고 하나로 결로를 막는 방법이 있어요. 바로 중성세제를 물에 희석한 용액을 만들어 창문에 발라 주는 것입니다.
먼저 결로가 생기는 원리를 실험으로 재현해 보자
이 금속 컵에 물을 담고 얼음을 넣어 볼게요. 그러면 컵 주변의 공기가 차가워지면서 포화수증기량(공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의 최대량)이 줄어듭니다. 공기 중에 더는 들어갈 자리가 없어진 수증기는 물로 변해서 컵 둘레에 물방울로 맺히죠. 이것이 바로 결로입니다.
차가운 음료를 담은 컵 바깥쪽이 어느새 축축하게 젖어 있는 것과 똑같은 현상이에요. 결로는 따뜻한 공기와 차가워진 물체 표면 사이의 온도 차 때문에 생깁니다. 겨울에는 실내를 따뜻하게 하고 가습까지 하니까 공기가 수증기를 듬뿍 머금고 있어요. 거기에 바깥의 찬 공기로 차가워진 유리창이 닿으니, 똑같이 결로가 생겨서 창문이 흠뻑 젖는 거랍니다.
세제를 바른 컵으로 비교해 보면?
그래서 이번에는 컵 표면의 일부분에 물에 희석한 중성세제를 코팅해 봤습니다.

이 컵을 똑같이 차갑게 식혀 보니, 어머나!
코팅한 부분과 하지 않은 부분에서 물방울이 맺히는 모습이 확연히 달랐어요.

확대해 보면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세제를 바른 부분에는 물방울이 거의 맺히지 않았어요.

영상도 함께 확인해 보세요.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열쇠는 표면장력, 그리고 중성세제에 들어 있는 계면활성제가 쥐고 있습니다.
그런데 표면장력이 뭐죠?
물 분자들은 서로를 끌어당기고 있어요. 물속에 있는 분자는 사방에서 당겨지기 때문에 힘이 균형을 이룹니다. 하지만 수면에 있는 분자는 위쪽에 물이 없으니 옆과 아래에 있는 친구들하고만 당기게 되죠. 그 결과 수면은 최대한 작게 오므라들려고 합니다. 이렇게 오므라드는 힘이 바로 표면장력이에요. 물방울이 동그란 모양이 되는 것도, 1엔짜리 동전이 물 위에 둥둥 뜨는 것도 이 힘 덕분입니다.
계면활성제는 표면장력을 낮추는 달인
계면활성제는 분자 하나 안에 ‘물과 친한 부분’과 ‘물을 싫어하고 기름과 친한 부분’이 함께 있어요. 이 두 얼굴이 표면장력을 낮추는 비결입니다.
계면활성제 분자를 물에 넣으면, 물과 친한 부분(친수기)은 물속으로 들어가려 하고, 물을 싫어하는 부분(소수기, 친유기라고도 해요)은 물에서 도망쳐 공기 쪽을 향하려 합니다. 그래서 계면활성제 분자들은 수면에 모여서 머리는 물속에, 꼬리는 공기 쪽으로 내밀고 줄을 서게 되죠.
그러면 수면에 있던 물 분자들 사이사이에 계면활성제 분자가 끼어든 모양이 됩니다. 물 분자끼리 세게 당기던 수면이 서로 당기는 힘이 약한 분자들로 뒤덮이니, 오므라들려는 힘이 약해지는 거예요. 이것이 표면장력이 낮아지는 이유입니다.
비유하자면, 손을 꼭 잡고 서로 힘껏 당기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손을 잡을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이 끼어드는 것과 비슷해요. 전체적으로 서로 당기는 힘이 약해지겠죠?
결로는 왜 안 생기는 걸까?
컵 표면의 온도가 내려가면 공기 중의 수증기가 물로 변해 컵 표면에 달라붙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세제를 발라 두면 표면장력이 낮아지기 때문에 물이 하나로 뭉친 물방울이 되지 못해요. 물방울이 못 되니 컵 표면에 물이 얇게 퍼지고, 얼핏 보면 결로가 안 생긴 것처럼 보이는 거죠. 사실은 결로 자체는 생기고 있는 셈이에요.
비 오는 날 자동차 앞유리에서 물방울이 데굴데굴 동그랗게 구르는 것도 표면장력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세제를 바른 면에서는 이렇게 동그랗게 뭉치려는 힘이 약해져서 물이 착 퍼져 버리고요.
게다가 공처럼 동그랗게 뭉치지 않고 얇게 퍼지면 공기에 닿는 면적이 넓어져서 그만큼 증발도 잘 됩니다. 이렇게 잘 퍼지는 성질과 잘 증발하는 성질이 합쳐져서 결로를 막는 효과가 나타나는 거예요.
다만 이 효과는 오래가지 않습니다. 다시 결로가 신경 쓰이기 시작하면 한 번 더 발라 주어야 하니 참고하세요.
직접 해 볼 때의 포인트
집 창문에서도 한번 시험해 보고 싶어지시죠? 그럴 때는 세제를 충분히 희석해서 얇게 펴 바르세요. 진한 상태로 바르면 세제가 뭉쳐서 얼룩이 남기 쉽습니다. 그리고 창문 안쪽에만 사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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