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한 방울이 ‘화학 실험’이었다! 식탁이 과학 실험실로 변하는 순간 (중화 반응)
사이언스 트레이너 쿠와코 켄입니다. 매일매일이 실험이죠.
“잘 먹겠습니다!” 하고 두 손을 모으는 그 순간, 사실 눈앞의 식탁은 화학 수업 현장으로 변신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예를 들어 갓 구운 생선에 레몬이나 영귤 즙을 쫙 짜는 것, 혹은 초밥 샤리의 절묘한 산미를 즐기는 것.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의 한 장면이지만, 거기에는 중학교 과학 시간에 배웠던 놀라운 과학 법칙이 숨어 있습니다. 이번에는 접시 위의 작은 발견부터 고향의 산줄기를 흐르는 역동적인 강의 재생 스토리까지, 중화라는 마법이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세계로 안내해 드릴게요.

접시 위에서 펼쳐지는 중화의 마법
생선을 요리한 뒤 손에 남는 그 특유의 비릿한 냄새. 사실 이 냄새의 범인은 트리메틸아민(wiki)이라는 물질입니다.

출처: 위키백과
이 물질의 성질을 화학의 눈으로 보면 알칼리성을 띱니다. 트리메틸아민이 물에 녹으면 질소 원자 위에 있는 비공유 전자쌍이 물 분자로부터 H+(양성자)를 끌어당깁니다. 그 결과 수산화 이온이 방출되면서 액성이 알칼리성이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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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냄새를 잡기 위해 우리는 예전부터 생활의 지혜를 모아왔습니다. 식초, 영귤, 레몬… 이런 신맛이 나는 음식에는 공통적으로 산성 물질이 들어있습니다. 알칼리성의 원인 물질에 산성 물질을 더하면 서로의 성질을 상쇄시키는 중화 반응이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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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가 되면 그 코를 찌르는 냄새 성분이 다른 물질로 변하면서 냄새를 억제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점이 생길 수도 있어요. “중화라고 하면 물이랑 염이 나와야 하는 거 아니야?”
맞습니다. 중학교에서는 “중화란 산의 수소 이온과 알칼리의 수산화 이온이 결합해 물이 생기는 반응이다”라고 배우죠. 하지만 화학의 세계에는 이보다 한 단계 더 넓은 정의가 존재합니다.
트리메틸아민의 구조를 보면 분자 안에 OH라는 글자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왜 알칼리성(염기성)일까요? 중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물이 생기는 반응’은 중화의 대표적인 예시일 뿐, 더 본질적인 중화의 정의는 수소 이온을 주느냐 받느냐 하는 주고받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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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수소 이온을 ‘주는’ 물질 (레몬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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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칼리(염기): 수소 이온을 ‘받는’ 물질 (트리메틸아민 등)
이번 생선 비린내 제거 과정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레몬 같은 산이 수소 이온을 내놓는다.
2. 냄새 성분(트리메틸아민)이 그 수소 이온을 낚아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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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수소 이온을 받으면서 냄새 성분의 성질이 변하고, 더 이상 공기 중으로 날아가지 않게 된다.
즉, 물이 생기지 않더라도 산과 알칼리가 반응해 서로의 성질을 없앤다면 그것은 훌륭한 중화입니다. 고등학교 화학에서 배우는 이 개념을 알고 나면 접시 위에서 일어나는 일이 훨씬 본질적으로 보여서 재미있죠. 단순히 맛을 깔끔하게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사실 우리는 식사 중에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탈취 기술을 실천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갈은 무를 곁들이면 왜 더 맛있을까?
“갈은 무도 중화랑 관련이 있나?”라고 생각하신 분들도 많을 텐데요. 사실 이건 또 다른 원리입니다. 무를 갈면 세포가 파괴되면서 미세한 섬유질이 나옵니다. 이 미세 섬유질에는 냄새 성분인 트리메틸아민을 표면에 찰떡같이 흡착해 가두는 성질이 있다고 해요. 영귤처럼 산으로 성질을 바꾸는 게 아니라, 갈은 무가 냄새 성분을 옭아매는 물리적인 방어막을 쳐주는 이미지라고 보시면 됩니다.
또한 무를 갈 때 생기는 매운맛 성분인 이소티오시아네이트(wiki)는 강한 살균 작용과 탈취 작용을 합니다. 이것이 생선의 비린내와 섞이면서 냄새를 덜 느끼게 해주는 것이죠. 한 가지 더 과학적으로 흥미로운 점은 무에 들어있는 소화 효소인 디아스타아제(아밀라아제)입니다. 생선의 단백질과 함께 먹는 밥의 녹말 소화를 돕기 때문에, ‘맛있을’ 뿐만 아니라 ‘위장에도 편안한’ 상태를 만들어줍니다. 인체라는 화학 공장을 돕는 일등 공신인 셈이죠.
산과 무의 환상적인 콜라보
갈은 무 위에 영귤 즙을 뿌리고 간장을 살짝 곁들이는 것. 이것이야말로 최강의 조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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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귤: 산의 힘으로 냄새 성분을 중화해 증발하지 못하게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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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은 무: 섬유질의 힘으로 냄새를 흡착하고, 효소로 소화를 돕는다.
옛날 사람들은 화학식 같은 건 몰랐을 텐데, 경험을 통해 이토록 완벽한 탈취 및 소화 시스템을 식탁 위에 구현했다는 게 정말 놀랍지 않나요? 아, 그리고 생선을 만진 뒤 손에 밴 냄새도 식초를 묻혀 씻으면 같은 원리로 지울 수 있다고 하니 꼭 한번 해보세요.
오늘도 생선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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