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의 ‘발자국’을 추적하라! 백지도에 그린 등발진시곡선으로 밝히는 지진의 비밀

사이언스 트레이너 쿠와코 켄입니다. 매일매일이 실험이죠!

“지진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땅속 깊은 곳에서 벌어진 현상이 어떻게 지표면까지 전해지는 걸까요? 뉴스에서 진도 속보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지진의 발자취’**를 눈으로 확인하는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이번에는 지학(지구과학)의 지진 분야에서, 데이터를 통해 지진의 모습을 생생하게 파헤쳐보는 워크숍을 소개합니다.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자연의 법칙을 깨닫는 과정을 함께 살펴보시죠.

눈에 보이지 않는 ‘흔들림’을 지도에 그리기

이번에 사용한 것은 특정 지진의 데이터와 백지도(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지도)입니다. 지점명 옆의 동그라미 안에 흔들림이 시작된 시각(초 단위만)과 진도를 색깔로 구분하여 기록하는 것이 첫 번째 미션입니다.

언뜻 보면 그저 숫자들의 나열 같지만, 이것을 하나하나 정성껏 색칠하다 보면 서서히 경향성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등발진시곡선’으로 파문 포착하기

여기서부터는 조금 난이도가 있지만, 흥미진진한 단계입니다. 0초, 5초, 10초, 30초와 같이 정해진 시간 간격으로, 동시에 흔들림이 시작된 지점을 연결하는 **‘등발진시곡선(等發震時曲線)’**을 그려 나갑니다. 일기도의 등압선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학생들은 이 선을 그리는 방법 때문에 꽤나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예를 들어, 나가노현 이이다는 ‘57초’인데, 야마나시현 고후는 ‘05초’라고 합시다. “시간이 되돌아갔나?” 하고 잠시 착각할 수 있지만, 이것은 ‘분(分)’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즉, 57초와 05초 사이에는 정확히 분이 바뀌는 ‘00초’ 지점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뜻이죠.

“57초와 05초 사이니까… 이쯤에 00초를 통과하는 지점이 있겠군!”

이런 식으로 추측해서 ‘×’ 표시를 찍습니다. 마치 점 잇기 퍼즐 같지만, 이것을 반복해서 점들을 연결하면 지도 위에 깔끔하고 둥근 곡선이 나타납니다.

지도로 읽어내는 대지의 미스터리

마지막으로 지진의 중심, 즉 ‘진앙(震央)’이라고 생각되는 지점에 빨간색 ‘×’를 표시합니다. 완성된 지도를 다시 한번 살펴보면, 교과서에서 배웠던 지식이 살아있는 데이터로 눈앞에 펼쳐집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진앙을 중심으로 물결처럼 원형으로 퍼져나간다”**는 점입니다. 이는 땅속의 암석 등 지질의 성질이 균일하다면, 지진파가 모든 방향으로 거의 같은 속도로 전파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수면에 돌을 던졌을 때 생기는 파문과 똑같죠.

다음으로, **“진앙에 가까울수록 진도가 크고, 멀어질수록 작아진다”**는 기본적인 감쇠(減衰) 현상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발견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진원에서 멀어질수록 흔들림이 약해져야 하는데, 교토의 ‘마이즈루’처럼 갑자기 진도가 높은 곳이 툭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선생님, 여기만 왜 색깔이 달라요?”

바로 이 지점이 과학이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왜 그곳만 유독 진도가 높았을까요?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지반(땅의 상태)’**의 차이입니다. 단단한 암반 위에서는 흔들림이 잘 전달되지 않지만, 강 주변이나 매립지 등 부드러운 지반(퇴적층) 위에서는 푸딩이 흔들리듯 지진파가 증폭될 수 있습니다(이를 ‘표층 지반 증폭률’이라고 합니다).

그 외에도 지진계가 설치된 건물의 조건이나 숨겨진 단층이 움직였을 가능성 등 여러 가지 상상을 해볼 수 있습니다.

단 한 장의 지도지만, 그 안에는 ‘땅의 단단함’이나 ‘파동의 성질’ 등 지구의 비밀이 가득 숨어 있습니다. 직접 손으로 그려보면서 비로소 깨닫게 되는 과학의 이야기, 여러분의 교실에서도 꼭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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