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기압을 눈으로 확인! 진공 케이스로 밝히는 공기의 비밀 (진공 빵 케이스 활용)
사이언스 트레이너 쿠와코 켄입니다. 매일이 실험입니다.
“감자칩 봉지를 들고 높은 산에 올라가면 봉지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다”는 이야기,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마치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말이죠. 사실 이건 우리가 평소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공기의 힘(=기압)’ 때문이랍니다.
우리는 마치 물고기가 물의 무게를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공기의 무게(압력)를 느끼지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힘은 분명히 존재하죠. 오늘은 이 ‘보이지 않는 힘’을 눈으로 확인하고, 왜 산 위에서 과자 봉지가 부푸는지 그 비밀을 파헤치는 흥미진진한 실험을 소개합니다.
지상에서 ‘높은 산 정상’ 환경을 재현해 봅시다!
동료 K 선생님이 알려주신 방법인데요, 사용한 건 놀랍게도 가정용 “진공 빵 케이스“입니다. 원래는 빵을 습기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용기지만, 과학 실험에 아주 안성맞춤인 아이템이죠. Amazon에서도 팔고 있더군요.
이 용기와 펌프를 사용해서 용기 안의 공기를 빼내 ‘공기가 희박한 상태(즉, 기압이 낮은 상태)’, 다시 말해 해발 고도가 높은 곳이나, 더 나아가 우주 공간과 비슷한 상태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의 무게’를 확인해 봅시다
먼저, 이 케이스에 ‘아네로이드 기압계’를 넣고 펌프로 안의 공기를 빼보았습니다.
아네로이드 기압계
기압이란, 말 그대로 ‘공기의 압력’을 의미합니다. 우리 머리 위에서부터 저 먼 우주 공간과의 경계까지 이어지는 ‘공기 기둥의 무게’가 항상 우리를 누르고 있는 힘이죠.
실험을 시작하고 케이스에서 공기를 빼내자… 기압계의 바늘이 쑥쑥 내려갔습니다!
케이스 안의 공기 양이 줄어드니, 당연히 그 ‘무게’도 줄어듭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바늘이 움직이는 것을 보며 ‘확실히 공기가 줄고, 압력이 낮아지고 있구나’ 하고 실감할 수 있는 아주 재미있는 순간입니다.
과자 봉지는 왜 부풀어 오를까요? ~공기들의 ‘힘겨루기’~
다음은,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인 봉지 과자(개별 포장된 쿠키 등)를 진공 케이스에 넣고 똑같이 기압을 낮춰보았습니다.
공기를 빼기 전
공기를 뺀 후
그러자… 봉지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풍선처럼 부풀어 오릅니다. 자, 왜 이렇게 되는 걸까요?
평소, 지상(1기압)에 있을 때, 과자 봉지는 ‘봉지 안의 공기가 밖으로 밀어내는 힘’과 ‘밖의 공기(기압)가 봉지를 안으로 누르는 힘’이 정확히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양쪽에서 똑같은 힘으로 서로 밀고 있는 모습이죠.
하지만 진공 케이스로 주위의 공기를 빼내면, 밖에서 누르는 힘(기압)만 급격하게 약해집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맞습니다. 봉지 안에서 밖으로 밀어내는 힘은 그대로인데, 안쪽의 힘이 ‘승리’해서 봉지를 풍선처럼 크게 부풀리는 것입니다.
산, 우주, 그리고 우리 몸
이것이 바로 ‘높은 산에서 과자 봉지가 부푸는 현상’과 완전히 같은 원리입니다.
해발 고도가 높아질수록 머리 위에 있는 공기 기둥은 짧아(얇아)집니다. 즉, 기압이 낮아지는 것이죠. 그래서 지상에서 빵빵하게 포장된 과자 봉지를 가지고 가면, 밖에서 누르는 힘이 약해져서 저절로 부풀어 오르는 것입니다.
이 실험은 땅에 있으면서도 높은 산의 환경을 안전하게 재현해 볼 수 있는 아주 흥미로운 실험입니다.
이 원리를 끝까지 밀어붙이면, 우주 공간(거의 진공 = 기압 0)에서는 과자 봉지가 순식간에 터져버릴 것입니다.
좀 더 가까운 예를 들어볼까요? 비행기를 탔을 때를 떠올려 보세요. 이륙해서 상공으로 올라가면 귀가 ‘멍~’해지거나 막힌 듯한 느낌이 들지 않나요? 그것 또한 지상의 1기압과, 그보다 기압을 조금 낮게 조정한 기내의 압력 차이를 우리 몸이 느끼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지구의 ‘공기 무게’에 보호받고, 또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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